그랬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이*복
그랬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나는 넓고 평탄한 길을 걷고자 노력했으나
내가 걷는 길은 늘 굴곡이 심한 좁은 길이었다.
나는 늘 기쁨으로 가득한 웃음을 보이고 싶었지만
내 얼굴은 슬픔과 우울함으로 젖어 있을 때가 더 많았다.
내가 가고 싶었던 길은 열리지 않는 문과 같이
언제나 절망으로 가로막혀 있었고
내가 바라고 원하는 모든 것들은 잡으려고 애를 쓸수록
집요하게 애착을 보이는 만큼
내게서 점점 더 멀어질 뿐이었다.
세상은 내가 영원히 갈 수 없는 나라인 냥
나와는 저만큼 떨어진 채로
언제나 낯선 두려움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내 삶 속에 온전히 젖어들지 못하고 방황하던 나는
나이가 들어가면서 이러한 내 모습에 연민을 갖기 시작했다.
상처받을 두려움에 닫아버린 마음을 조금씩 열어 보이며
내가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했는지 깨달았다.
여유로움으로 부드럽게 휠 줄 몰랐기에
부딪혀 부서지기만 했던 나는
무모함이 얼마나 가치없는 어리석음인지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평탄한 길을 걸었다면,
내가 가고자 하던 길을 아무런 장애 없이 걸었다면,
그랬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가슴 쓰린 눈물을 모르고 땅이 꺼지는 절망을 모르고
꺼지지 않는 불씨를 품고 희망을 꿈꿀 수가 있었을 것인가?
삶이란 어둠을 지나쳐 올 때 비로소 빛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살아있다는 건 늘 희망을 품게 한다.
간절한 소망이 그저 꿈으로만 남는 것이라면
너무도 허무한 일이겠지만
소중한 것은 영원히 얻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내게 준 것은 더는 꿈이 아니기에
그렇다 해도 희망을 품고 사는 건
반드시 끝이 있는 시간의 한계를 견뎌내려는
삶에 대한 우리의 몸부림이 아닌가 싶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단 한 번의 기회
그렇다면 좀 더 굴곡 있는 삶이
훨씬 살아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억지로 의미를 찾으며 나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