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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심은 알고나면 허수아비다\r\n \r\n나는 근심에 대해서 근심하지 않는다.\r\n근심은 알고 나면 허수아비다. \r\n\r\n곡식이 익어가는 들판으로 가서 허기를 채우려면 \r\n필연적으로 마주칠 \r\n수밖에 없는 복병들이다. \r\n하지만 어떤 참새라도 \r\n그 복병들을 근심할 필요는 없다. \r\n\r\n허수아비는 무기력의 표본이다. \r\n\r\n망원렌즈가 장착된 최신식 장총을 소지하고 있어도 \r\n방아쇠를 당길 능력이 없다. \r\n\r\n자기 딴에는 대단히 위협적인 모습으로 눈을 부릅뜬 채 \r\n들판을 사수하고 있지만, 유사이래로 \r\n허수아비에게 붙잡혀 불구가 되거나 \r\n목숨을 잃어버린 참새는 한 마리도 없다.\r\n\r\n다만 소심한 참새만이 제풀에 겁을 집어먹고\r\n스스로의 심장을 위축시켜 우환을 초래할 뿐이다.\r\n \r\n나는 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r\n나는 스무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r\n\r\n나는 서른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 \r\n나는 마흔 살에도 근심이 있었다.\r\n\r\n그런데 그 때의 근심들은 \r\n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r\n지금은 흔적조차도 찾을 길이 없다. \r\n\r\n근심에 집착할수록 포박은 강력해지고, \r\n근심에 무심할수록 포박은 허술해진다.\r\n하지만 어떤 포박이라고 하더라도 \r\n시간이 지나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린다. \r\n\r\n이 세상 시계들이 모조리 작동을 멈춘다 하더라도 \r\n시간은 흐른다. \r\n\r\n지금 아무리 크나큰 근심이 나를 포박하고 있어도 \r\n언젠가는 반드시 소멸하고야 만다는 사실은 자명하다. \r\n\r\n그런데 내가 왜 시간이 흐르면 1백 퍼센트 소멸해 버리는 \r\n무기력의 표본 허수아비에 대해 근심하겠는가.\r\n\r\n\r\n【 이외수의\\"그대에게 던지는 사랑의 그물\\" 中 에서 】 \r\n \r\n\r\n Photo Gallery\r\nBen Goossens 作\r\n\r\n\r\n\r\n\r\n\r\n\r\n\r\n\r\n\r\n\r\n\r\n\r\n\r\n\r\n\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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